중국의 고속 성장 시대는 끝났다 - 2편 세계경제

기본적으로 국가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미국처럼 소비를 많이 하던가

둘째는 과거 일본이나 요즘 독일, 한국, 대만, 싱가포르처럼 수출을 많이 하던가

셋째는 과거 소련이나 요즘 중국처럼 노동과 토지같은 생산요소의 막대한 투입과 자본의 투자로 성장을 하는 방법이다.


물론 어느 방법이 가장 좋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확실한것은 지금까지 취해왔던 방식이 벽에 부딪히고 더이상 먹히지 않을때는 과감하게 전략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어물쩍 넘어가버리면 결국 미래에 터질 폭탄의 규모만 더 키울뿐이니 말이다.

최근들어 많은 사람들이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이유는 바로 중국이 이런 모델 전환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셋째와 둘째 방식에 지나치게 치우친 경제를 첫째 방식, 즉 내수 중심의 경제로 돌려야 한다는건 중국의 각료들도 잘 알고 있고(후진타오, 원자바오 같은 중국의 집권층들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내수 확대를 강조한다) 전 세계 경제학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은 과연 중국이 이런 대전환에 성공할것인가, 그리고 그러지 못할 경우 어떤 결과가 발생할 것인가이다. 

밑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중국의 경제구조상 이런 성장 모델 전환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며 결국 언젠가는 큰 홍역을 앓고 본격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게 될것이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자꾸 이 위기를 뒤로 미룰수록 차후에 중국이 치뤄야할 대가만 커질뿐이라는걸 중국 사람들도 알고 있어야 하는것이다.















경제 뉴스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최근들어 중국 경제 엔진이 식어가는 증상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게 매 분기마다 발표되는 GDP 성장률인데 최근 3분기에 발표된 중국의 GDP 성장률은 9.1%로 근 2년래 최저 수준이었다. 물론 9% 성장은 여전히 무시할수 없는 수준이긴 하지만 문제는 이 수치가 시장 예상치 보다 낮은 수치였다는것이다. 그리고 중국 경제가 3분기 연속 둔화세를 보이며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올해 4분기와 내년엔 7~8% 수준에 머물거라는 전망이 대세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어차피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는 피할수 없는 추세이니 그저 안전하게 '연착륙'만 시키면 되는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일까?


이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단순한 수치에 담겨진 의미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한다. 표면적으로는 유럽과 미국의 경기 침체와 거기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중국의 대외수출이 감소, 성장률이 하락한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그렇다면 중국의 성장률은 더 떨어졌어야 하는것이 맞다. 그러나 경제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급감하지 않은것은 바로 중국경제가 중독되어있는 약물, 바로 투자 때문이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중국의 GDP 성장률에서 소비부문, 즉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고 대신 투자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계설비나 부동산같은 고정자산 과잉투자 문제가 심각한데 2011년 상반기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도에 비해 25.6% 증가했고 부동산만 따지면 32.9%나 증가했다. 결국 수출과 내수 감소로 인한 충격을 과잉 투자로 다 흡수하고 있는것이다. 물론 이건 건강한 성장 방식이 아니다.

북경대의 마이클 페티스 교수 말을 들어보면 현재 중국이 얼마나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의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6%정도 됐습니다. 전례가 없는건 아니지만 매우 낮은 수치였죠. 세계 평균이 60~65% 정도이고 상대적으로 소비에 인색한 아시아 국가들이 50~55% 정도인걸  감안하면 중국은 이미 소비부문이 매우 취약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05년엔 40%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이쯤되자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중국 관료들은 내수 확대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파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집권층이 드디어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으니 소비 비중이 40%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거라 내다 봤습니다. 그러나 틀렸습니다. 2010년 현재 소비 비중은 34%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전시상황에서나 볼 수 있는 경제가 오늘날 중국에서 재현되고 있는겁니다."

그럼 도대체 중국 정부가 문제를 인식하고도 내수를 진작 못시킨 이유가 무엇일까? 그거는 지금의 성장 모델 자체가 악순환에 빠져있어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위의 표에서 빨간 그래프는 CPI, 즉 소비자물가지수를 뜻하고 파란 그래프는 대출 금리를 뜻한다. 09년 이후로는 CPI 상승률이 대출 금리보다 높았다는걸 알 수 있다. 그것은 곧 최근 몇년동안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였다는걸 뜻한다. 이말은 결국 무엇인가? 한마디로 중국의 지방정부들이나 국유기업들이 저금리로 은행에서 마음껏 돈을 빌려다 써서 투자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 중국 은행들은 어디서 돈이 나서 그렇게 대규모 대출을 해줄수 있는것일까? 당연히 중국인들이 은행에 예금한 자금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저축률이 높고 내수가 취약한 이유이다. 중국의 GDP대비 저축률은 무려 52%에 달하는데 OCED 평균이 5%인걸 감안하면 얼마나 높은 수치인지 짐작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저축을 장려하는것도 있겠지만 중국의 취약한 사회보장시스템으로 인해 일반 중국인들 입장에선 저축 밖에 노후 대비 수단이 없는 상황이고 또 증권시장이나 금융상품이 발달안된 중국에선 딱히 국영은행 말고는 돈을 맡겨둘 곳이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저축률이 저리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오는 것이다.

중국의 높은 저축률이 내포하는 또 다른 의미는 바로 소비 부진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저축을 많이 할수록 소비는 덜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소비력이 낮은 또다른 이유로는 낮은 임금이 있겠는데 수출경쟁력으로 먹고 사는 중국 입장에선 근로자들의 임금을 쉽사리 올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저평가된 위안화도 수입 물품의 가격을 상대적으로 높게 만들어 중국인들의 구매력을 갉아 먹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어쨋든 현재 중국이 처한 딜레마는 이것이다. 내수를 늘리자니 저축과 저임금, 저평가된 위안화를 포기해야하고 이것은 곧 급격한 투자, 수출 위축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곧 급격한 GDP 성장률 하락을 뜻한다. 지방정부서부터 중앙정부까지 GDP 성장률에 목을 매달고 이번 분기에 얼마나 성장에 기여했는지가 승진의 최대 관건이자 국민들의 신임을 받는 유일한 수단인 중국 정계에서는 절때 받아들일수 없는 옵션인 셈이다.

그렇다고 지금 현재 모델로 계속 가자니 지나친 투자는 필연적으로 과잉설비와 자본배분의 왜곡, 부실채권 문제를 낳게 되고 같은 연장선에서 생산성이 저하 되어 GDP 성장률이 하락할수 밖에 없는것이다.

결국 이러나 저러나 앞으로 중국 경제는 하락세에 접어들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 문제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음 편에 한번 적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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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net진보 2011/11/07 19:04 # 답글

    저축율감소와 내수중진이라...
  • Real 2011/11/07 19:21 # 답글

    결국 지금 성장모델에 안이하게 성공이라는 것에 빠져있었다는 필연적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라고 봐야하는거죠?
  • tesla 2011/11/07 19:30 # 답글

    국가 성장 전략이란게 관성이 심해서 그렇게 쉽사리 바꿔 나가지 못하는데 중국같이 규모가 큰 나라라면 말할 필요도 없지요. 한국도 매번 대외의존도 줄여야 한다 내수 키워야 한다 하는데 어디 쉽게 그게 되나요. 또 1편에서도 언급한적이 있지만 중국의 현 모델 하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 이익집단들과 그들이 형성한 네트워크가 이미 너무 방대해서 쉽게 체제개혁을 단행할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 Real 2011/11/07 19:42 #

    하긴.. 우리도 80년대말부터 대외의존도 줄이자고 했지만.. 20년이 넘도록 어려운게 현실이죠.
  • 지나가던과객 2011/11/07 22:36 # 삭제 답글

    중국의 은행들이 연쇄보도라도 나서 중국국민들이 들고 일어나면 그 여파가 엄청나겠군요.
    천안문때처럼 군대를 동원해서 시위하는 군중들을 밀어버릴 수도 있겠군요.
  • 아무것도없어서죄송 2011/11/07 22:39 # 답글

    음 결국 슬슬 성장세가 내려가겠군요.
  • 한국 짱 2011/11/08 17:29 # 답글

    디시질할 때,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사람이 쟤네들은 시기가 가면 갈수록 전체 GDP에서 내수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줄어만 간다고 하는데 역시 그게 사실이었군요.
    그래서 무슨 의도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저것과 전혀 반대의 주장을 하는 양반의 글을 보고서 비웃었는데 비웃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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